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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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만능주의 팽배… 군인 대한 인식 변화
의무 복무기간 단축이 가져온 폐단도 영향
세계 유일 분단국… 처우 개선 ‘최후 보루’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前 합참의장
머지않은 옛날, 아이에게 장차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장군’이라 대답했다. 당시 많은 전쟁에 시달린 어른들에게는 대견한 대답이다. 시대가 변하며 그런 질문을 하는 어른도, 그렇게 답하는 아이도 없다. 군인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며 군인의 명예와 효용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정치권의 잘못된 정책과 제도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얻는 군인의 길이 더 이상 젊은이의 로망이 아니다.
이는 군의 인력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교, 부사관의 지원율은 떨어지고 이미 그 길에 들어선 초급 간부를 갈등하게 만든다. 지원율이 최상이었던 2020년과 최악인 2024년 인력 운영 실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사관학교의 경쟁률이 급락했다(육사 44.1대1→24.4대1, 해사 39.0대1→18.7대1, 공사 48.1대1→20.6대1). 그런가 하면 임관 후 5년 차 전역 인원이 급등했다(5%→10~20%, 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의무 복무기간은 10년이나 5년 후 1회 전역 허용). 부사관의 경우 충원 목표의 절반을 채우기도 어렵다(육군 95%→42%, 해군 90%→55%, 공군 100%→69%). 우수한 인력 확보는커녕 책정된 정원도 못 채운다. 장교와 부사관은 군의 핵심 인력으로 전투태세 유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뛰어난 첨단 장비도 운용할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도 있겠으나, 정책·제도적 오류 또한 심각하다.
필자는 사관생도를 포함해 43년6개월 군복을 입었다. 1970년대 초 임관 당시 소위 봉급이 대략 6만원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적은 금액이나 크게 불만은 없었다. 군 밖의 일반 서민들은 더 어려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직업군인은 나름 안정적인 직업이기도 했다. 80년대 이후 나라 살림이 좋아지며 세상이 바뀌었다. 젊은이들은 취업에 어려움이 없고 웬만한 직장이면 훨씬 많은 봉급을 받았다. 주말이면 가족과 여행을 가고 여가를 즐길 여유도 생겼다. 그런데 직업군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맡겨진 일이 많아 밤늦도록 근무하고 주말도 없다. 가족과 주말여행은 관심 밖의 일이다. 문제는 군인도 아닌 가족이 그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교의 경우 1년 주기로 이사하고 자녀는 전학한다. 필자는 현역 시절 27번 이사했고 아들은 중학교까지 9번 전학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차치하고 정상적인 자녀 교육이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두 개의 삶은 비교 대상이 되었다. 지난날 선배들은 그런 어려움을 명예심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명예를 덫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남다른 소신으로 군인의 길을 걷는 젊은이들이 갈등하며 군을 떠나려 한다. 국가는 어떻게든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의무 복무기간 단축이 가져온 폐단이 너무 크다. 이는 국민의 안보 의식을 무너뜨렸고 우수한 젊은이들의 망설임 없는 선택지가 되었다. 어떤 부모, 젊은이가 두 배 이상 긴 장교나 부사관을 택하겠나? 병사의 봉급 인상 역시 초급 간부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군 복무는 절대 돈 때문에 힘든 게 아닌데도 말이다. 군 지휘부에 대한 인사 또한 군에 대한 매력을 절감시켰다.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의 임기는 인사법상 2년이나 평균 1년8개월 재임한다. 정권이 바뀌면 납득이 어려운 사유로 교체된다. 미국의 경우 4년, 영국은 3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예비역에 대한 인식과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100세 시대 일자리가 필요하나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알선하는 일자리는 없어졌고 개인적인 구직마저 엄격히 통제한다. 일자리에 대한 적법성을 판정받고 제때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선진국은 예비역을 방산업체에 영입해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 군인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며 명예를 생명처럼 여긴다. 유사시 그들이 초개와 같이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게 만드는 일은 온전히 국가의 몫이다. 훌륭한 인재가 자랑스럽게 군인의 길을 가도록 전폭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으로 위중한 안보 상황에서 군은 최후의 보루이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前 합참의장
[출처:경인일보] https://www.kyeongin.com/article/1771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