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연맹소식

[춘추칼럼] 해군의 힘, 대한민국의 미래

2026.06.26

4

중동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요성 부각

국가 이익 수호·창출… 나라 흥망성쇠 좌우

우리 정부도 군사력·대전략 수립 길 터줘야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前 합참의장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前 합참의장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해군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다. 육군, 공군과 달리 해군은 국가방위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해외에서 국가 이익을 수호하고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해안방어 이상으로 중요한 임무다.

 

그렇다면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해군력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우리 이지스 구축함 1척의 건조비가 1조2천억원이다. 미 해군 항공 모함은 건조비만 130억달러(19조5천억원), 연간 운용비가 3억달러(4천5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나라는 거저 주어도 운용하지 못할 액수다. 그래서 국가 재정이 어려운 나라는 아예 해군 창설을 엄두도 못 낸다. 3천t급 이상의 군함을 가진 나라가 40여 개국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많은 나라가 해군력을 키우고 유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해상통제권은 패권을 유지하는 근간이었다. 1702년 창설된 영국 해군은 대영제국 건설의 주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체가 해적이다. 해적 활동으로 영국을 도운 드레이크 제독과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합작품이다.

 

영국은 해군력을 바탕으로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영국이 2차대전 후 해군력이 약해지며 대서양 일원의 해상통제권을 미국에 넘겼다.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문호를 연 일본은 바다의 중요성을 간파해 강력한 해군을 건설했다. 그 해군으로 동남아를 제패한 후 미국까지 넘봤다. 그런 일본도 2차대전에서 미국에 패하며 태평양의 해상통제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통제권을 확보한 미 해군의 성장 과정은 그렇게 순탄치 않았다. 1775년 창설된 미 해군은 독립 후 재정적인 문제로 1784년 해체되었다. 그러나 바르바라 해적의 위협으로 1794년 재창설해야 했다. 당시 연방정부 예산의 6분의1에 해당하는 100만달러를 매년 상납해야했기 때문이다. 해적을 물리친 미 해군은 전 세계 해상통제권을 확보하며 미국을 패권국 반열에 올렸다. 이후 구축된 미국 주도의 해양 질서는 세계 평화와 번영에 큰 업적을 남겼고 우리 또한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다.

 

청나라의 ‘해금정책’으로 수모를 겪은 중국은 모택동 이후 노골적인 ‘해양 팽창정책’을 펼친다.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의 조선, 해운산업이 쇠퇴하며 국제해양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우리 역시 해군(해양)력이 강할 때는 국운이 융성했고 그렇지 못하면 수난을 당했다. 장보고는 해상 무역으로 통일 신라의 기반을 다졌고 충무공 이순신 제독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했다. 반면 중국을 따라 해금 정책을 펼친 조선은 결국 나라를 잃었다.

 

우리 해군은 1945년 11월11일 3군 중 최초로 창설되었다. 일찍이 바다의 중요성을 깨우친 손원일 제독의 혜안이다. 바다를 지켜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도모했다. 그러나 6·25 전쟁을 겪으며 해군의 정체성이 왜곡되었다. 북한의 재침을 막는 해안방어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간첩선 격멸과 NLL 사수가 최우선 임무였다. 초급장교 시절 대간첩작전 지침을 달달 외워 평가했던 기억이 새롭다. 군사력 건설 역시 해안방어에 유용한 고속정 등 소형 함정 위주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한반도를 벗어난 임무는 말도 꺼내면 안 되는 금기였다. 2009년 청해부대를 파병하며 해군은 정신 나간 이상주의자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그러기를 70여 년 정부는 물론 해군 장교의 인식이 고착되었다. 해군은 한반도를 벗어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긴다. 무역으로 이룬 10대 경제 강국이 이래도 되는가 걱정된다. 호르무즈 사태에서 보듯 이제 더는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우리의 국익은 온전히 우리 힘으로 수호해야 한다. 해군은 그 임무에 부합하는 군사력 건설과 대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정부는 해군이 그런 임무를 떳떳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前 합참의장

 

[출처:경인일보] https://www.kyeongin.com/article/1766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