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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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해양연맹 총재·전 합참의장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놓고 한·미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가급적 빨리, 미국(연합사령관)은 전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견해를 반복하고 있다. 어찌 보면 2029년을 전후한 시점에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으로 양측의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지만 내용을 보면 크게 다르다.
시점, 조건 두고 한·미 이견 여전
퍼싱 원칙, 미 우선주의 넘어야
한·미 지휘통합체계도 걸림돌
의욕 배제한 냉철한 판단 기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지난 5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607/28/56b88ed8-c77e-483a-88ff-aaa83ba2d18d.jpg)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지난 5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정부는 오는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환 시점을 확정하는 등 ‘시기’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이 강조하는 ‘조건’의 특성상 명확한 확정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의견도 갈린다. 전작권을 주권 국가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쪽에선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합참의장으로 재직(2013~2015년)할 당시 ‘시기에 의한 전환’을 검토했던 당사자인 필자에게 현재의 상황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2006년부터 제기된 전작권 전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달리하며 혼란을 초래했다. 정부가 전작권을 미국에 이양한 건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14일이다. 북한의 기습 침공으로 백척간두에 선 이승만 대통령의 고육지책이었다. 나라를 지킬 힘이 없어 당시 유엔군사령관(맥아더)에게 군사작전의 전권을 넘겼다.
한·미 연합방위체제 전제를
이후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은 한국(합참의장)에 반환됐지만 전작권은 아직도 미국(연합사령관)이 행사중이다. 연합사는 그 권한으로 작전계획, 군사력 건설, 훈련 등 전쟁 기획 업무를 주도한다. 우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를 하지만 우리 입장을 관철하는 게 쉽지 않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획 체계에 우리 의지를 온전히 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2014년 작전계획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북한 핵무기 위협을 반영하려 했지만 끝내 쉽지 않았다.
또 연합사 측은 중기계획에 반영된 한국군의 K-9 자주포 탄약 예산의 삭감을 주장해 애먹은 적도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군사 작전과 관련한 업무를 연합사가 주도하고 우리는 돕는 체제에 길들여진 측면도 있다. ‘남’이 하는 일을 돕는 것과 ‘본인’이 직접 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하며 전쟁을 준비해 왔지만, 전쟁기획 업무에 대한 우리의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핵심 사안인 전작권 전환 문제를 감정에 휘둘려 접근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북한이 양과 질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사일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전작권을 환수하는 데 있어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미국이 대북 억제력을 수행한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북한이 도발하면 세계 최강인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이다. 결국 전작권 환수 이후 공고한 한·미 연합방위체계를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전작권 환수 과정에선 군사적인 요소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미군은 타국에 군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Pershing Principle)을 극복해야 한다. 법적 효력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와 주한미군의 신축적 운용 등의 정책 또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전작권 전환 조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계량화 어려운 전환 조건
전작권 전환 조건은 크게 한국군의 연합방위 지휘 능력 확보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동맹의 포괄적인 대응능력 확보, 한반도 및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이다. 하나같이 계량화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정성적인 요소들이다. 여기에 세부 평가 기준과 방법에서도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평가는 기본운용(IOC). 완전운용(FOC), 완전임무수행(FMC) 능력 등 세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조건은 미국의 첨단 지휘통제체계에 어떻게 편입하느냐의 문제다.
미국은 육·해·공군을 하나로 묶은 다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로 전 세계에 전개된 전력을 통합 운용한다. 우리 역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2015년 한국형 지휘통제체계(AKJCCS)를 완성했다. 이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지휘통제체계(KCCS)를 개발 중이나 미국은 능력과 보안상의 이유로 연동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연합전력을 우리가 지휘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핵심 전력을 운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느 수준, 시점에 미국이 연동을 승인할지 알 수 없다. 두 번째 조건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3축 체제(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와 확장 억제전략의 실효성 문제다.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3축 체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핵억지력과 보복·응징 수단 확보 먼저
미국이 제공하는 핵무기를 이용한 확장 억제전략 역시 회의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지닌 핵무기에 대한 최종 사용 권한 역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독자적인 핵 능력이 없이는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구도 역시 전작권 전환 조건의 부정적인 요소다. 여기에 대만 사태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대만 사태는 한반도 분쟁과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계량화하기 어려운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군사적으로 충족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전작권 전환은 결국 시기든, 조건이든 정책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국군의 독자적인 핵억제력 등을 고려한 보다 강력한 조건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정적으로나 주인 정신을 고려하면 전작권 환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한번 공격을 받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그런 만큼 이를 억제하고, 보복 응징할 수단을 먼저 확보하는 게 순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나라를 잃을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안보에서 모험은 안 된다. 한·미 동맹에 있어 정치·외교적 요소 못지않게 군사적 대비 태세 완비가 우선해야 한다. 감정이나 의욕을 배제한 냉철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 전 합참의장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8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