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IMO 사무총장 탄생을 기대하며 - 오거돈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부산일보 2015.03.27)

 

오거돈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jpg 요즘 해양국가 대한민국은 조선 및 조선기자재는 물론이고 해운산업마저 오랜 불황으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바다와 단 1도 접하지 않은 내륙국 스위스의 세계적 해운사 MSC18TEU급 선박 12척을 발주했고, 우리나라에 비해 해양력(Sea Power)은 뒤진다고 생각했던 중국조차도 그런 선박 5척을 발주하는 동안 한국의 해운사는 단 한 척도 발주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해운력을 보여 주는 현실의 일부분이다.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폐지되었다가 다시 부활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고, 세월호 참사 등으로 바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곱지 않다. 바다가 우리의 미래라는 말씀을 드리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어렵고 힘든 시절일수록 더 단결했고, 더 상부상조해 온 역사를 만들어 왔다

 

활력 잃은 해운·해양력 반전시켜야

하는 절묘한 시기 해양 대통령 선거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지원 나서야


결과만 놓고 보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첫걸음은 이순신을 강진현감(6)에서 전라좌도 수군절도사(3)7계단 파격 승진을 시켰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해전에서 조선이 일본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던 당시에 서애 류성룡의 그런 파격적인 인재 발탁이 없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해운산업에도 휴먼 파워(Human Power)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마침 세계의 해양 대통령이라 불리는 IMO(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IMO 회원국 172개국 중 덴마크, 영국, 프랑스, 인도, 캐나다, 그리스, 일본 등 7개국만이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2001A그룹(해운국을 대표하는 이사국) 이사국으로 진출했지만 아직 사무총장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IMO 사무총장 한국 후보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확정됐다. 바르고 시기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임 후보는 IMO를 비롯한 국제 해양기구와의 협력 업무에 역량을 발휘해 왔기 때문에 국제 해양인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다. 러시아, 덴마크 등과 같은 쟁쟁한 해양 강국들과의 경쟁이지만 승산은 있다고 생각한다. IMO는 해양 및 군사 강대국들의 발언권이 센 곳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의 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할 사무총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지금껏 살고 있지만, 지구를 벗어나 화성이나 토성에 가는 것만큼 바다는 여전히 위험한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가 바닷가를 거닐며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나 희망과 자유로움이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듯이 보이는 바다 위에는 씨줄과 날줄처럼 국제적인 규칙과 질서가 존재한다. 어떤 규칙 하나에 한 국가의 존망이 바뀔 수도 있다. 그 규칙을 정하는 곳이 IMO이다.

 

지난 19893월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의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후속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IMO는 이 사고 이후 새로 건조하는 선박은 반드시 이중 선체 구조를 갖추도록 의무화했고, 기존 단일 선체 선박은 2010년까지 퇴출시키도록 했다. 이 조치는 결국 우리나라 조선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는 계기가 됐다. IMO 수장인 사무총장이 세계의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것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은 전략적 의제 채택 등의 과정에서 자국에 유리한 규범 마련을 위해 사무총장을 포함한 주요 자리를 차지하려고 심혈을 쏟고 있다.

 

나는 다가오는 IMO 사무총장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이 썰물처럼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해양력을 반전시킬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해양산업 전반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부산항의 책임자가 IMO 사무총장이 된다면 부산항의 세계적 위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한국인 IMO 사무총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후보자 개인의 역량도 필요하지만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는 물론이고 부산광역시도 한 몸이 되어 범정부적인 협력과 지원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IMO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만들어 우리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선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