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보다 더 무서운 경호비
외국 경호원 1주일 승선에 2400만원…

국내 해운사 부담 연간 최대 1600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2011.07.13 05:51


국내 해운사들이 해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 경호업체에 연간 최대 1600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용을 놓고 "차라리 해적에게 통행료를 무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해운업체 부담이 크다. 국부유출 논란도 있다. 국군 특수부대 등에 경호를 위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현행법상 간단치 않다.

◇경호팀 1주일 승선하고 6400만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들은 최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에 경호업체 쉴드(Shield)의 경호원들을 승선시키고 있다.

한국 선박을 상대로 한 해상 납치가 빈번해지자 당국이 경호원 승선을 의무화했고, 업계도 필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근해를 이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선박이 쉴드 경호원을 태운다.

이들은 미국 델타포스, 프랑스 용병 등 대 테러 전투 등의 경험이 많은 특수 부대 출신이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승선하고 권총과 자동 소총을 비롯해 수류탄, 연막탄, 조명탄 등을 소지한다.

이들인 한번 승선 때 받는 돈은 6만 달러. 대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까지 가는 데 짧으면 5일, 길어도 2주일 정도가 걸리는데, 1주일 남짓한 시점에 1인당 2660만원씩 받는 셈이다. 해운업체들은 이들 경호원이 해적과 내통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도 들어야 한다.

경호원들은 총포류 반입이 불가능한 한국 대신 인도양 인근의 스리랑카 등에서 배에 오르고 일부는 오만이나 예멘에서 탄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한국 선사들이 운영하는 선박 수는 132척으로, 소말리아 등 위험 해역을 지나 유럽으로 오가는 횟수는 연간 2000~2500회로 추정된다. 경호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은 최대 1600억원이다. 지역별 해상 물류량 변동 가능성을 감안해도 최소 1200억원 이상이 든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 비용은 운송비에 전가돼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업계 "부담 크지만…"= 해운사들이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경호원을 태우는 데는 당국의 규제도 있지만 해적을 피해 소말리아 해역을 크게 우회하는 경우 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점도 작용한다. 30~40 BTU 벌크선은 하루 평균 2만~3만 달러의 연료비가 든다. 소말리아를 피해 인도 뭄바이, 파키스탄으로 우회하면 이틀 반나절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 경호원을 고용하는 게 비용은 물론 운송 기간 단축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경호팀 승선 효과도 있다. 한진해운의 '텐진호'가 지난 4월21일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도 경호원들의 역할이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해적은 텐진호 함교를 조준해 휴대용 로켓포(RPG)를 발사할 정도로 과격했다. 텐진호 선원들은 경호원들의 지시에 따라 해적들이 배에 올라오기 전에 신속히 선내 비밀대피처로 은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업계는 과도한 부담을 덜고 국부 유출 우려를 막기 위해 UDT 등 한국 특수부대에게 경비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법에 저축되는 것은 물론 국제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어서다.

군 부대가 승선한 선박이 다른 국가의 영해에 진입하는 경우 국제법상 일종의 '침공'행위로 간주된다. 자국 선박 보호가 목적이라고 해도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간 협약을 맺으면 가능하나 여기까지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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