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차 IHO(국제수로기구) 총회(7~11일)가 열리는 모나코의 레이니에 3세 국제회의장에선 10일 해도집에 ‘동해(東海)’ 표기 여부를 놓고 남북한과 일본이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IHO는 안전한 항해를 돕고, 해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1921년 창설된 유네스코 산하 기구. 복잡하고 까다로운 기술 문제를 다루는 곳이라, 총회에도 해군 제독 출신 등 전문가들만 참석하는 ‘조용한’ 회의였다. 그런데 1953년 해도집(3판)의 새 개정판(4판)을 50년 만에 다시 만들면서, IHO 총회에서 현재의 ‘일본해(Sea of Japan)’ 표기를 계속 유지하려는 일본과, ‘동해(East)·일본해 병기’를 주장하는 한국이 맞붙었다.

10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후 4시) 한국대표단의 송영완 수석대표(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가 8분간 발언했다. 송 수석대표는 “지난 5년간 한국은 일본과 여러 차례 양자 협의를 하면서 동해 표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만 계속 고집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발언했다. 곧바로 북한이 거들었다. 북한대표단의 조경오 수석 대표가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일제 강점기인 1929년 한국이 참석 못한 상황에서 IHO가 이 명칭을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일본의 니시다 히데오(西田英男) 수석 대표는 “‘일본해’는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이 아니고 200년간 확립된 명칭”이라는 논리로 방어전을 폈다.

니시다 대표는 해상보안청 해양정보부장을 지낸 인물로, 11일 IHO 총회에서 논의할 신임 이사 선출에 후보로 출마했다. 40분간 진행된 토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자, 총회를 진행하는 윈포드 윌리엄스(Williams) 의장이 휴식 시간 동안 한국·일본·북한 대표를 단상 위로 불러 모았다.

그러면서 한·일간에 논란이 되는 해역을 삭제한 채로 IHO 해도집 4판을 공식 발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IHO 입장에서는 ‘동해’ 표기 딱 하나 때문에 50여 년 만에 준비한 해도집 4판이 아예 ‘낮잠’자는 상황을 방치할 수도 없다. 의장의 제안에 일본 대표단은 “일본해 단독 표기가 우리 공식 입장이다. 이를 바꿀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 대표단으로서는 고무된 상태다. 일본의 반대로 IHO 해도집이 발간되지 못할 경우, 일본도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 전 세계 지도 중에 동해를 표기한 곳은 불과 2.3%였다. 그런데 2006년에는 18%로 늘었다.

우리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 동해·일본해를 병기하거나, 동해를 단독 표기한 지도는 23%쯤 된다. ‘동해’표기에 대한 국제 여론이 점점 확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일 논란으로 해도집에서 동해 부분이 아예 빠져버린 것을 전 세계가 아는 것만으로도, 동해는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는 중요한 계기를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