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김기림(金起林 , 1908.5.11~?)
한국의 시인·문학평론가. 본명은 인손(仁孫), 필명은 편석촌(片石村)

<연보>
* 1908 함북 학성 출생
* 1921 서울 보성고보 중퇴
* 1930 일본대학(日本大學) 문학예술과를 거쳐 도호쿠[東北]제국대학 영문과 졸업.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 조선일보에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 발표, 등단
* 1931 조선일보에 평론 "시의 기술 인식 현실 등 제 문제" 발표. 본격적인 평단활동 시작
* 1933 이효석, 조용만, 박태원 등과 "구인회" 결성, 주지주의적 모더니즘의 새로운 경향 소개, 창작
* 1936 첫 시집 <기상도> 간행, 현대시의 주지적인 성격, 회화적 이미지, 문명비판적 의식 등을 포함한 장시로서의 가능성 선보임
* 1939 시집 <태양의 풍속>(학예사) 간행, 더욱 분명한 이미지즘적 경향 표출
* 1945 해방 후 월남, 조선문학가동맹의 조직활동 주도하여 시의 정치주의 주장
* 1946 시집 <바다와 나비>(신문화연구소) 간행. 평론집 <문학개론>(문우인서관) 간행
* 1947 평론집 <시론>(백양당) 간행
* 1948 시집 <새노래>(아문각) 간행. 수필집 <바다와 육체>(평범사) 간행
* 1949 평론집 <시의 이해>(을유문화사) 간행
* 1950 6.25중 납북,
* 1988 {김기림전집}(심설당) 전6권 간행

<해설>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문을 연 시인 김기림이 1939년 잡지 《여성》에 발표한 작품인 '바다와 나비'는 1920년대 이른바 모더니즘 운동의 대표작이다. 초기시('기상도')에서 자주 보이던 낯선 외래어의 사용이나 경박함이 배제되고,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연약한 나비와 광활한 바다와의 대비를 통해 '근대'라는 엄청난 위력 앞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1930년대 후반 한국 모더니스트의 자화상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