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총재.JPG   서해는 동해나 남해와 달리 물결도 잔잔하고 평화롭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올망졸망 널려있는 섬들과 함께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평화로운 서해바다에 거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파도이다.

필자는 해군에 복무하며 12 년 가까이 군함을 탔고 대부분 서해에서 근무했다. 때문에 서해바다에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애환도 많다. 지금도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오면 그 애잔한 추억에 가슴이 아리다.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리며 온 국민과 함께 서해를 지키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서해에서는 시대별, 해역별로 특별한 어장이 형성되며 풍어를 이루었다. 대략 1970 년대 연평도 근해의 조기어장, 1980년대 대청도 근해의 홍어어장, 1990년대 연평도 근해의 꽃게어장이다. 매년 어장이 형성되면 수많은 어선들이 모여 들었고 해군과 해경은 분주해졌다. 어선들이 NLL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남북 간 대치상황 속에서 결코 쉬운 임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떼거리로 몰려드는 중국어선을 퇴거하는 일이 더 힘들고 어려운 임무가 되었다. 중국 어선들은 남과 북을 넘나들며 저인망 쌍끌이로 어족자원의 씨를 말렸다. 이로 인한 남북 간 긴장조성보다 어장의 황폐화가 더 심각한 문제였다. 그대로 두면 서해바다 전 어족자원이 고갈될 위기였다.

물론 해양환경의 변화와 어족 자원의 이동으로 어장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 어선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현장에서 중국 어선단을 퇴거하며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때로는 충돌을 불사하며 밀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했다. 결국 현장에서의 실효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상부에 대책을 건의했다. 심지어 주한 중국대사에게 직접 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중국 당국도 어선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중국의 통치행태를 감안할 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중국은 그렇게 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 보다는 적반하장으로 서해에서 우리의 해양활동을 옥죄고 있다. 어로작업, 관공선 활동은 물론 해군함정의 작전까지 제한하려 한다. 향후 해상경계선 획정에 대비하여 실효적 통제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서해에서의 해양 주권 문제로 비약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겪은 황당한 사례를 소개한다. 필자는 2013년 중국의 해군사령원(참모총장) 우성리(吳勝利)의 초청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그는 단독회담을 통해 국제외교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요구를 하였다. 즉 "대한민국 해군함정은 절대로 서해의 124도 서쪽으로 넘어와 작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크게 당황하였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강력히 항의하였다. 첫째, "124도 서쪽 해역은 중국의 영해가 아닌 공해로 국제법상 누구도 그 해역에서의 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 둘째, "6.25전쟁 이후 북한은 수많은 간첩선을 124도 서쪽으로 우회하여 침투시켰다." "당신이라면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탐색작전을 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북한이 더 이상 간첩선을 침투시키지 않도록 보장한다면 작전을 자제하겠다."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해군사령원은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겠다며 그럼에도 당과 인민들이 이 문제로 중국해군을 계속 질책하니 자제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는 중국이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간주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성리(吳勝利)는 2017년 중국은 명백한 해양국가라고 주장했다. 지금 서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태들은 중국 해양팽창정책의 일환이다. 서해를 내해로 만들기 위해 이른바 '서북공정(西海工程)'인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막아야 한다.

중국은 청나라의 '해금정책(海禁政策)'으로 아편전쟁(1841), 청일전쟁(1904), 난징학살(1931)과 같은 수모를 겪어야했다. 그리고 이를 만회하고 '중화사상(中華思想)'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해양팽창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바뀌며 획기적인 해군력 증강과 함께 더욱 심화되었다.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그 영역을 인도양, 태평양까지 확대하고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법,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은 아랑곳없다. 그리고 이는 주변국 해군력 증강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해군으로 변모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역내 영향력 증대를 위해 매진 중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세계 해군력의 60%가 집결되어 있다. 자칫하면 우리는 주변국 해군력에 봉쇄되고 만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바다는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는 삶의 터전임을 국민들이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양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해양관련 단체, 언론 등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둘째,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보다 강한 해군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해군은 한 국가의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주체였다. 이는 바다를 통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된 영국과 미국이 여실히 입증한다.

셋째, 위에서 제시한 제언들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강력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40여 년 해군에 복무하며 바다를 지켰다. 그리고 전역한 지금 진정한 해양강국 건설을 위해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의 직을 수행하고 있다.


/최윤희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전 해군참모총장(예비역 해군대장)


[출처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0615010002515]